고요한, 곧 다급한, 다시 고요한
이은지의 <<숨 참기>>
이문석
숨을 참으면 호흡기의 들숨과 날숨은 멈추고 이내 고요한 폐색감이 머리를 가득 감돌며 숨 못 쉬는 이를 위태롭게 자각시킨다. 이때 숨을 급히 내쉬면 안도감이 헐떡이며 전신을 파고들고, 다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이 다급하게 숨구멍 안팎으로 흩어진다. 우리는 목을 죄어오는 시간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서서히 적응한다. 다시 고요해진다.
작가 이은지의 작업실 한 켠에는 선풍기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고, 바람은 종이 반죽으로 뒤덮인 구조물 표면을 건조시키고 있었다. 작가의 작업실에서 종이는 낱장이기도 파편이기도 곤죽이기도 굳은 덩어리기도 하다. 우리는 알고 있는 종이의 기원은, 말리고 펴서 쓰던 여러 기록매체들, 당시까지 종이라 불렸던 견직물과 나무껍질 등을 액상화한 뒤 건조시킨 합성지를 말한다. 식물성 섬유질 조직들을 부수고, 물에 불린 뒤, 다시 말리는, 종이가 제작되는 이 각각의 과정은 이은지의 작업 각각의 모습을 이룬다. 어떤 작업에서 먹색의 수목(樹木)은 평평한 한지 표면 위에 구현되어 있다. 어떤 작업은 짓이긴 종이 반죽을 굳힌 것인데, 그 표면의 질감은 화강암과도 같고, 형상은 나무 밑동을 닮았다.
재현의 대상이 자연물인 경우 그 의미는 자주 영원성이나 불변성을 은유하곤 한다. 그러나 이은지의 작업 안에서 섬유질 조직들은 부서지고 불리고 마르며, 조직 위에 안착된 먹색의 자연물도 종이와 함께 부서지고 불리고 마른 뒤 다음 작업이 된다. 즉, 작가는 이전의 작업들을 찢어서 다음 작업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 모든 완제품이 재료가 되고 마는 제지술은 작업의 방편이 되기도 하고 은유가 되곤 한다. 이은지의 모든 앞선 작업들은 모든 다음 작업들의 질료가 되기를 예비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가 한지와 종이죽으로 만든 나무와 바위는 천하 태평하게 조망되는 수동적인 풍경이 아니라, 언제든 다음 풍경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어떤 시간대에 대한 어떤 응답’이다. 그 응답은 무채색이다. 평면이건 입체건 종이의 매끄럽고 거친 표면 위에 안착된 무채색은, 작가가 마주한 조건에 계속 응고해서 작업이 된다. 그리고 작가는 다시 응고된 바를 분쇄해서 다음 작업으로 이어간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차츰 자라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숨결이 잦아들다가, 분쇄되고 위태로워지다가 다시 들이쉬고, 다시 숨결이 차츰 고요해지는 과정. 숨을 참아보는 일련의 과정은 제지술의 실재이기도 은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업이 시간대별로 반응해오는, 그래서 적응해가는 일이기도 하다. 고요하고, 곧 다급하고, 다시 고요한 과정의 시간인 것이다.
tranquility, urgency; then tranquility, again.
Leeeunji, Breath-holding
by Moon Seok Lee
When holding your breath, the inhalation and exhalation of the respiratory tract stops. Soon a calm occlusion fills your head, leaving you precariously awake. If your breath is forced out at this moment, you will feel a relieved, tingling throughout your whole body. An awareness of the self is urgently scattered in and out of your pores. For a moment, you are freed from the strangulation of time. Then, you slowly adapt to that time. Silence again.
In one corner of Lee’s studio, a fan was spinning hard, and the wind was drying the surface of the structure covered with paper pulp. In the artist's studio, paper is either a sheet, debris, sludge, or a solidified lump. The origin of the synthetic paper we know refers to a combination of liquified silk and bark, dried and spread in order to be used as a recording medium. Each step in the paper-making process (breaking, soaking, and drying fibrous vegetable tissues) resembles Lee’s individual works. In some works, trees are painted with sumi ink to represent the flat surface of Hanji (traditional Korean paper). In other works, tree trunks are sculpted with hardened paper pulp that has a granite-like surface.
Traditionally, when a natural object is represented in art, the meaning of it is often about eternity or immutability. However, in Lee’s work, both the fibrous tissues and the nature represented are broken down, soaked and dried, then used as a source material in the next work. In other words, the artist tears the previous work and uses it as the material for the next work. This is a moment when the paper-making process becomes both her work method and a metaphor, referencing how all products are both a result and resource of production. All of her previous works are prepared to become potential material for future work. So, the trees and rocks made out of Hanji and paper pulp are not passive landscapes that can just be peacefully seen, but are a response to a specific time period that can be used as a material for her next landscape. This response is achromatic–whether painted smooth or rough paper surfaces. The work is two- or three-dimensional, solidified to the conditions that the artist encounters. The artist takes and smashes the solidified work again and again, continuing to use various elements of each piece in future works. Lee says that in this process, she “feels a sense of gradual growth.”
The process of your breath growing short, feeling perilously close to losing your breath, inhaling again, gradually calming down…here the process of holding your breath is both a reality and a metaphor of paper-making while Lee’s work is responding to time, thus adapting to the breath cycle as paper-making. It is a continuous time—full of tranquility, urgency, then tranquility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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