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프로젝트 II : 아무 특징 없는 영웅
Carnival Project II : The Unremarkable Hero
Jan 3 - 18, 2025
Memory Factory 1945
Artist : Leeeunji, Lim Jeong Soo
Curator : Song Hyojin
카니발 프로젝트 II : 아무 특징 없는 영웅
Carnival Project II : The Unremarkable Hero, 2025
Memory Factory 1945
Installation view
뜬구름(코끼리) 03
Head in (elephant) clouds 03, 2024
Variable installation
Paper
뜬구름(코끼리) 03 — 세부
Head in (elephant) clouds 03 — detail, 2024
Variable installation
Paper
뜬구름(코끼리) 03 — 세부
Head in (elephant) clouds 03 — detail, 2024
Variable installation
Paper
카니발 프로젝트 II : 아무 특징 없는 영웅
Carnival Project II : The Unremarkable Hero, 2025
Memory Factory 1945
Installation view
조각(코끼리)
Piece(elephant), 2024
Variable installation
Graphite and Color on Korean Hanji Paper
“살아있는 언어는 대상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처럼 이러저러한 대상의 의미, 물질성, 다정한 육체를 자유롭게 선택한다.
그리고 마치 버려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육체 주변을 영혼이 배회하듯, 언어는 물체를 둘러싸고 자유로이 배회한다.”
-오델프 만델슈탐, 「언어와 문화」 중
아무 특징 없는 영웅이 있을까? 영웅은 일반적으로 ‘보통’으로 지칭되는 사람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어떠한 집단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위대한 일’을 수행하며 추앙받는 인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시 제목으로 인용한 식인주의 소설 『마쿠나이마: 아무 특징 없는 영웅』의 주인공 ‘마쿠나이마’는 전형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고전적인 영웅 서사를 비틀고 패러디하는 인물로, 수많은 모험을 하지만 용감하거나 지혜롭기는커녕 겁이 많고 약삭빠른 모습을 보인다.[1] 이는 글쓴이 마리우 지 안드라지가 정형화되지 않은 당시의 브라질인을 투영한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는 브라질인은 ‘특징이 없다’고 서술하는데, 이는 브라질 문화가 규정하기 어려운 정체성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본 소설은 진지하고 근엄한 것을 풍자하고 전복하는 카니발의 형태와 공명한다. 즉, 카니발의 문법은 고정된 기표를 벗어던지고 다차원적 성격을 지향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카니발’ 개념은 동시대 예술 안에서 어떻게 귀환하는가? ‘카니발적 상상력’은 무엇을 끌어내는가? 사실 기존의 시스템과 고착된 언어의 규칙을 넘어선 새로운 질서는 종종 효율성과 거리가 멀어 불편을 초래하기도, 그 필요성이 간과되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질서를 찾는 일은 나와 타자의 차이, 나와 세계의 불일치에 대한 경험을 번역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이고 유의미하다. 이에 카니발적 풍자와 상상력은 단단한 규범에 균열을 만들어 새로운 세계에 접근하고 나아가 재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그렇게 카니발의 문법—다의성, 다층성, 유동성, 역동성, 양가성, 부조리성, 변형 가능성, 혼종, 왜곡과 뒤틀림—은 역동성을 가지고 있는 동사형 명사이자, 지속적으로 예술 안에서 개념적으로 확장되고 갱신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카니발 프로젝트 2: 아무 특징 없는 영웅》은 기존의 질서와 권위적 의미 체계에 대한 냉소적 시선과 의문에서 출발한다. 이은지, 임정수 작가는 각기 다른 재료와 주제를 가지고 기존의 고착된 관습적 의미를 탈피-초월한 조각을 구현한다. 이은지는 구름이라는 유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대상을 통해 손에 닿지 않는 일시적인 존재가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 사이에서 다양한 의미로 재발견될 수 있을지 가늠한다. 임정수는 동물에게 부여된 상징적 권위를 해체하면서 인간 경계 바깥의 혼종적, 존재론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두 작가 모두 단일한 기호에서 벗어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특성인 카니발의 문법을 띄고 있다. 결국 이 시도는 불확실한 경로를 더듬어가며 발걸음을 내딛듯 낯선 미래로 나아가려는 시도이자, 미리 주어진 현재로부터의 이탈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차원을 탐구하는 것이다. 또한 본 서문은 감상자가 작품의 이름을 유추하고, 다시 붙여보기를 독려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감상자 역시 끊임없이 권위를 뒤흔드는 작품의 구성원, 즉 다중적이고 역동적인 경험의 장을 형성하는 카니발의 축제 일원으로 역할하기를 희망한다.
이은지는 구름의 형태가 흔히 ‘코끼리’로 비유되어 정량화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은지는 구름에 담긴 다양한 물리적, 은유적 특성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여 ‘코끼리 구름’을 구현하면서도 그 의미에만 천착하지 않으며 조각을 둘러싼 다층적 의미를 모색한다. 작가는 이전 작업에서 ‘돌’이라는 고정된 객체를 호명하는 영속적이고 불분명한 이름의 무게를 탐구했다. 이번 작업은 유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구름’을 통해 상이한 목소리들의 복수적 의식을 창출하며, 이를 통해 다중적인 의식을 형성하고 수많은 의미를 해방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뜬구름(코끼리)〉은 얇은 종이 조각의 군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얇은 종이의 가벼운 무게는 ‘일 킬로미터의 구름의 무게는 코끼리 백 마리’ 등 구름의 무거움을 보여주는 비유와 병존하면서 역설을 자행하기도 한다. 작가는 “가벼움을 가장한 무거움, 그리고 허상(뜬구름)이지만 가볍게 옆에 자리한 모습을 통해 일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한다. 이처럼 내/외면이 불일치하는 모순적 이중성은 양극을 오가면서 둘 사이의 긴장감을 끊임없이 되살리고 역동성을 획득한다. 그리하여 작업은 동일성의 정체성을 허물고 안정화된 주체성을 침식시키게 된다.
임정수는 ‘호랑이’에게 부여된 영웅적 면모와 악마화의 원형적 상징에서 탈주하여 기존 상징의 권위를 역행하고 위반한다. 그는 ‘가짜’ 털과 인공적인 재료를 통해 물질들의 부조화한 집합을 의도하면서 어떠한 이분법이 발휘하는 중력에 포섭되지 않는, 그 바깥을 횡단하며 생성되는 ‘꽃-호랑이 가죽’ 사이를 제시한다. 이들은 인간적 경계 너머에 있는 괴물적인 것과 맞닿으며 존재론적으로 부적절한 타자가 된다. 그의 작업은 호식담(虎食談)의 문법과 맞물린다. 인간은 호식된 희생자의 신체 일부분을 대신하거나 ‘먹이’로서 수단화되며 위계가 격하되는데, 임정수의 “가죽 껍질 파편” 역시 호식의 잔해처럼 낱낱이 개체화된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또한 분리된 신체들은 곧 죽음의 양상을 나타내지만, 엘렌 식수의 말을 빌리자면 “불결함은 도약이자 죽음은 곧 삶”이기에 작업은 살아있는 동시에 죽음을 함의하게 된다. 〈나를 사랑해 주세요〉 시리즈 작업은 인류에게서 멀어지며, 동식물의 상태를 지나, 광물적 질서를 지닌 존재가 된다. 조각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시작과 끝의 지형학적 위치의 결합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된다. 결국 조각들은 ‘내 안에 있는 타자의 세계’가 된다. / 글 : 송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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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한 ‘마쿠나이마’ 이름 자체가 이중-모순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마누’는 ‘악’이라는 뜻이고 ‘이마’는 ‘위대한’이라는 뜻이다. 본 소설은 대체로 먹고, 마시고, 출산하고, 배설하는 행위들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개별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카니발 이론을 정립한 바흐친의 신체 개념을 빌리자면, 그에게 신체란 근본적으로 복수적인 개념이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페스티벌 같은 존재이며, 폐쇄된 시스템이 아니라 영원한 실험의 장이다. (임호준, 「즐거운 식인: 서구의 야만 신화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유쾌한 응수」, 인용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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